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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혁신상 받은 회사도 ‘킬러 규제’에 2년째 신음
종합215사람들이 이미 둘러서서 구경했습니다.
소개세계 첫 반지 활용, 24시간 혈압 측정지난해 의료기기허가 받았지만심평원에 막혀제품 출시도 못해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BP’2022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헬스 ...
세계 첫 반지 활용, 24시간 혈압 측정
지난해 의료기기허가 받았지만
심평원에 막혀제품 출시도 못해
2022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헬스케어 반지 기술로 혁신상을 받은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는 2년이 넘도록 제품을 국내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세계 최초로 반지 형태의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BP’를 개발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스카이랩스는 작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심평원은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추가 심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기존 팔뚝 혈압 측정 방식과 다른 방식”이라는 이유다. 국내에선 심평원 심사를 받지 않으면 의료 기기·기술 상용화가 불가능한데, 신의료기술평가는 별도의 임상 시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2~3년이 걸린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식약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충분히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는데, 비슷한 과정을 다시 반복할 처지”라며 “후발 해외 업체에 기술과 시장 모두 빼앗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한국에만 있는 강도 높은 규제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오랜 임상을 거쳐 세계적인 학회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은 제품과 기술도 복잡한 허가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에 시장을 선점당하거나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신기술’이라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다시 받는 것은 ‘옥상옥 규제’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7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킬러 규제’로 지목하며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한 차례의 공청회를 열고 일부 조항만 바꿨을 뿐 제도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예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2007년 도입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새로운 의료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기술 안전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입 목적과 달리, 이 제도는 헬스케어 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임상 시험이나 자료 제출 등 대부분의 절차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과 비슷한 데다, 심사 과정도 혁신이나 기술의 우월성보다는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트는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 기기 ‘웰트 아이’를 개발해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에서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작년 4월에는 식약처에서 임상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지만, 현재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고 있다. 강지성 웰트 대표는 “현재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언제 상용화가 가능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산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스타트업들
국내 규제에 묶여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해외 업체에 시장을 빼앗긴 스타트업도 있다. 레이저 의료 기기 회사 루트로닉은 황반변성 치료용으로 ‘선택적 망막 치료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임상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사이 호주에서 비슷한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판매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알로텍은 감염 위험이 적은 일회용 핸드피스(뼈를 자르거나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하는 도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았지만 상용화에 실패하고 결국 도산했다. 복잡한 국내 심사 절차 과정은 길어지는데, 수익을 낼 수 없자 폐업을 택한 것이다.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사이에선 “아예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해외를 노리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 수술 보조 로봇을 이용한 척추 수술법을 개발한 큐렉소는 3차례나 신의료기술평가에 막히자,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 FDA 허가를 받고 현지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명(耳鳴) 증상 개선 치료 기기를 개발 중인 송재준 뉴라이브 대표(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FDA만 통과하면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며 “시장 개척이 쉽지는 않지만, 규제로 출시조차 못하는 한국보다는 미국 시장 성공 가능성이 높아 미국 진출을 우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에 경력 요구하는 국내 규제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의료기술평가의 핵심은 임상 데이터와 서류 검증이다. 특히 해당 기술이 유효하고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는 다른 연구자료를 요구하는데,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가 있을 리가 없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신입사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격”이라고 하소연한다.
평가 소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문제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신의료기술로 평가받는 절차만 평균 226일이 소요됐고, 인정을 받더라도 절반 이상은 급여 대상이 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최종 출시까지 대략 3년의 시간이 소모되는 셈인데, 자본금이 적고 외부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특성상 이 기간을 버티기 어렵다. 의약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도 ‘명단·회의록·반려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의약계의 오래된 규제와 관행 때문에 젊은 창업자와 의료인들의 혁신 시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2007년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제도로, 기존 처방법과 다른 기술·기기의 경우 이 평가를 통과해야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 급여·비급여 등재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의료 기기·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더라도, 의료보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심평원의 보험 등재 심사를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상용화가 가능하다.
지난해 의료기기허가 받았지만
심평원에 막혀제품 출시도 못해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BP’
2022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헬스케어 반지 기술로 혁신상을 받은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는 2년이 넘도록 제품을 국내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세계 최초로 반지 형태의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BP’를 개발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스카이랩스는 작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심평원은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추가 심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기존 팔뚝 혈압 측정 방식과 다른 방식”이라는 이유다. 국내에선 심평원 심사를 받지 않으면 의료 기기·기술 상용화가 불가능한데, 신의료기술평가는 별도의 임상 시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2~3년이 걸린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식약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충분히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는데, 비슷한 과정을 다시 반복할 처지”라며 “후발 해외 업체에 기술과 시장 모두 빼앗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한국에만 있는 강도 높은 규제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오랜 임상을 거쳐 세계적인 학회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은 제품과 기술도 복잡한 허가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에 시장을 선점당하거나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신기술’이라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다시 받는 것은 ‘옥상옥 규제’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7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킬러 규제’로 지목하며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한 차례의 공청회를 열고 일부 조항만 바꿨을 뿐 제도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예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2007년 도입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새로운 의료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기술 안전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입 목적과 달리, 이 제도는 헬스케어 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임상 시험이나 자료 제출 등 대부분의 절차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과 비슷한 데다, 심사 과정도 혁신이나 기술의 우월성보다는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트는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 기기 ‘웰트 아이’를 개발해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에서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작년 4월에는 식약처에서 임상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지만, 현재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고 있다. 강지성 웰트 대표는 “현재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언제 상용화가 가능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산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스타트업들
국내 규제에 묶여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해외 업체에 시장을 빼앗긴 스타트업도 있다. 레이저 의료 기기 회사 루트로닉은 황반변성 치료용으로 ‘선택적 망막 치료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임상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사이 호주에서 비슷한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판매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알로텍은 감염 위험이 적은 일회용 핸드피스(뼈를 자르거나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하는 도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았지만 상용화에 실패하고 결국 도산했다. 복잡한 국내 심사 절차 과정은 길어지는데, 수익을 낼 수 없자 폐업을 택한 것이다.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사이에선 “아예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해외를 노리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 수술 보조 로봇을 이용한 척추 수술법을 개발한 큐렉소는 3차례나 신의료기술평가에 막히자,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 FDA 허가를 받고 현지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명(耳鳴) 증상 개선 치료 기기를 개발 중인 송재준 뉴라이브 대표(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FDA만 통과하면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며 “시장 개척이 쉽지는 않지만, 규제로 출시조차 못하는 한국보다는 미국 시장 성공 가능성이 높아 미국 진출을 우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에 경력 요구하는 국내 규제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의료기술평가의 핵심은 임상 데이터와 서류 검증이다. 특히 해당 기술이 유효하고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는 다른 연구자료를 요구하는데,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가 있을 리가 없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신입사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격”이라고 하소연한다.
평가 소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문제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신의료기술로 평가받는 절차만 평균 226일이 소요됐고, 인정을 받더라도 절반 이상은 급여 대상이 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최종 출시까지 대략 3년의 시간이 소모되는 셈인데, 자본금이 적고 외부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특성상 이 기간을 버티기 어렵다. 의약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도 ‘명단·회의록·반려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의약계의 오래된 규제와 관행 때문에 젊은 창업자와 의료인들의 혁신 시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2007년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제도로, 기존 처방법과 다른 기술·기기의 경우 이 평가를 통과해야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 급여·비급여 등재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의료 기기·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더라도, 의료보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심평원의 보험 등재 심사를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상용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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